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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가듯 설렁설렁~ 고갯마루선 막걸리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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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6-25 06:40

본문

1.

1987년에 1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소백산은 지리산을 닮았다. 최고봉인 비로봉(1천4백39미터)을 중심으로 국망봉(1천4백21미터), 제2연화봉(1천3백57미터), 도솔봉(1천3백14미터), 신선봉(1천3백89미터) 등의 고봉들로 이어진 산세가 듬직하고 자락이 넉넉하다. 금강산이나 설악산처럼 화려한 기암절벽은 없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지리산처럼 언제나 푸근한 느낌을 준다.

전통문화 체험과 숙박이 가능한 선비촌의 별밤.
전통문화 체험과 숙박이 가능한 선비촌의 별밤.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소백산에는 자락길이 있다. 총 3백여 킬로미터의 지리산 둘레를 완벽하게 일주하는 지리산 둘레길(지리산 숲길)과 마찬가지로, 소백산 자락길도 경북 영주시와 봉화군, 충북 단양군에 걸쳐 있는 소백산 자락을 한 바퀴 도는 순환형 도보코스.
하지만 아직까지는 영주 소수서원에서 죽령까지의 3개 코스 40.7킬로미터 구간만 개설돼 있다. 올해에는 단양 땅의 소백산 자락을 에돌아가는 4개 코스, 59킬로미터 구간이 추가로 개통될 예정이라고 한다.

소백산 자락길의 영주시 구간 가운데 가장 운치 있고 걷기 편한 길은 죽령을 넘는 제3구간이다. 11.4킬로미터 길이의 제3구간은 3개의 소구간으로 나뉜다.

소백산역에서 죽령주막까지의 죽령옛길(3.8킬로미터), 죽령주막에서 죽령터널 입구까지의 용부원길(3.9킬로미터), 죽령터널 입구에서 장림리까지의 장림길(4.7킬로미터)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명승 제30호로 지정된 죽령옛길은 가장 인기 있는 소구간이다.

겉보기와 달리 편안하고 완만한 죽령옛길

죽령옛길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고갯길이다. 삼국시대에 죽령 일대는 신라, 고구려, 백제가 서로 치열하게 영토 싸움을 벌이던 각축장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장수왕(470년) 때는 고구려 땅이었다가 진흥왕(551년) 때에는 신라가 차지했다. 죽령도 군사적인 필요에 의해 개통됐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아달라왕 5년(158년)에 처음으로 죽령을 열었다고 한다. 자그마치 1천8백여 년의 내력을 간직한 셈. 죽령을 처음 개척한 죽죽(竹竹)이라는 사람은 너무 지쳐서 끝내 숨을 거뒀다고 한다. 대나무 하나 없는 고개가 죽령(竹嶺)이라 불리게 된 것도 순전히 죽죽 때문이다.
죽령옛길은 먼발치서 바라볼 때와 실제로 걸어볼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풍기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죽령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험산준령 같다. 하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고갯길이라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편안하고 경사가 완만하다. 숲은 낙엽송 우거진 인공림과 참나무 빼곡한 천연림이 혼재한다.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낙엽송이 보기에도 시원스럽다.

내력 깊은 죽령옛길에는 옛이야기도 많다. 퇴계 이황과 온계 이해 형제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흥미롭다. 퇴계 선생이 풍기군수로 있을 무렵에 넷째 형인 온계는 충청감사였다고 한다. 온계가 고향인 예안을 다녀가는 길에 풍기 땅을 지날 때마다 퇴계는 죽령까지 배웅했다. 퇴계와 온계는 ‘잔운대’, ‘촉령대’라 이름 붙인 바위에 앉아서 형제간의 남다른 우애와 석별의 정을 나눴다고 한다.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오대산 계곡에서 문수동자를 만나 피부병을 고친 세조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종을 찾아서 상원사로 옮기라는 명을 내렸다. 그래서 찾아낸 종이 안동 관아의 누문(樓門)에 달려 있던 동종이었다.

그런데 상원사로 옮겨지던 동종이 죽령에 이르자 갑자기 꼼짝하지 않았다. “제 고향이 몹시 그리워서 그런가 보다”생각하며 종의 일부를 떼어내 안동 땅에 묻었더니 그때서야 다시 움직였다고 한다.

죽령 고갯마루 ‘주막’ 옛길 정취 살려

죽령옛길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을 붙잡을 만큼 빼어난 절경은 없다. 또한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할 정도로 험준한 구간도 없다. 영주 사람들은 이웃에 마실 가듯 가볍게 죽령옛길을 오르내리곤 한다. 수시로 오르내려도 날마다 먹는 밥처럼 물리지 않고, 듬직한 소백산처럼 푸근한 느낌을 주는 길이다. 그래서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담 넘어가는 구렁이처럼 슬그머니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해발 6백89미터의 죽령 고갯마루에는 지금도 주막이 하나 있다. 고소한 도토리묵을 안주 삼아 곁들이는 막걸리 한잔이 죽령옛길의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키 작은 장승 몇 기가 길목을 지켜선 죽령옛길의 초입.
키 작은 장승 몇 기가 길목을 지켜선 죽령옛길의 초입.

죽령옛길을 걸은 뒤에 여유가 있다면 순흥에도 들러보기를 권한다. 소백산 자락길의 제1구간이 두루 거쳐가는 순흥은 오늘날 작은 면 소재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경상도 북부지역에서는 안동 버금갈 만큼 큰 고을이었다.

지금도 순흥에는 옛 영화를 말해주는 유적이 여럿 남아 있다. 맨 먼저 들러볼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賜額·임금이 서원 등에 이름을 지어 그것을 새긴 편액을 내림)서원이자 사립교육기관인 소수서원(054-639-6693)이다. 1543년(조선 중종 37)에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 이 서원의 시초다.

소수서원·선비촌 들러 옛 정취 느껴볼 만

1550년(명종 5)에 풍기군수 이황이 조정에 상소를 올려 소수서원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서원 입구에는 아름드리 솔숲이 있다. 세한삼우 중 하나인 소나무의 청징한 자태와 늠름한 기품은 언제나 맑고 상쾌하다. 더욱이 이곳의 소나무 고목들은 적당히 뒤틀리고 구부러져 있어서 오히려 더 멋스럽다.

소수서원과 이웃한 선비촌(054-638-6444)은 5만7천여 제곱미터(1만7천여 평)의 부지에 해우당, 두암고택 등 영주 일대의 고가 12채를 원형대로 재현해놓은 전통마을이다. 기와집과 초가뿐 아니라 정자, 물레방아 등도 있고 부속건물이 모두 수십여 채에 이른다. 마치 조선시대의 어느 양반마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선비촌은 낮에는 전통문화 학습장, 밤에는 전통 민박집으로 활용된다.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위치한 순흥면 내죽리에는 금성대군과 관련된 유적이 몇 곳 있다. 금성대군은 조선 세종의 여섯째 아들이자 단종의 숙부다. 평소 형인 수양대군을 경계한 그는 수양대군이 단종에게 왕위를 빼앗은 뒤 역모를 꾸몄다는 누명을 쓰고 순흥으로 유배됐다.
유배지인 순흥에서 금성대군은 순흥부사 이보흠과 뜻을 합쳐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다. 그러나 거사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관노의 밀고로 관군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결국 단종복위는 수포로 돌아가고 순흥 일대는 순식간에 모두 불타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당시 죽음을 당한 금성대군과 이보흠 등에게 제사를 올리는 곳이 금성단이다. 그리고 작은 우물을 한복판에 두고 탱자나무 울타리가 둥그렇게 둘러쳐진 ‘금성대군위리안치지’는 사형을 앞둔 금성대군이 위리안치됐던 곳이다.

▲조선시대 어느 양반고을에 들어선 느낌을 주는 선비촌. ▲▲죽령옛길 숲속을 걷는 여행자들.
▲조선시대 어느 양반고을에 들어선 느낌을 주는 선비촌. ▲▲죽령옛길 숲속을 걷는 여행자들.

소수서원을 출발한 소백산 자락길 제1구간은 금성단, 순흥향교, 삼괴정, 죽계구곡, 초암사 등을 두루 거쳐서 소백산 달밭골로 들어선다. ‘달밭’은 ‘산에 있는 밭’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 골짜기에는 소박한 움막을 짓고서 밭을 일구며 사는 주민들이 몇 있다.

초암사에서 삼가주차장에 이르기까지 5.5킬로미터쯤 이어지는 달밭길은 한동안 울창한 숲 속의 작은 계곡과 나란히 이어진다. 아담한 소와 폭포를 이루는 계류가 바로 옆에 흐르고 있어서 물가가 그리운 여름철이나 낙엽 밟는 소리가 듣기 좋은 만추에 특히 걷기 좋다. 물소리, 바람소리를 길동무 삼아 인적 뜸한 숲길을 두어 시간만 걸어도 가슴속의 시름과 한숨이 모두 사라지는 듯하다.

여행 정보

 
코스 정보
▶ 제1구간│12.6킬로미터, 4시간 소요. 소수서원 → 금성단 → 압각수 → 순흥향교 → 삼괴정 → 죽계구곡 → 초암사 → 달밭골 → 비로사 → 삼가주차장
▶ 제2구간│16.7킬로미터, 4시간20분 소요. 삼가주차장 → 금계호 → 금선정 → 정감록촌 → 히여골 → 샛터 → 풍기온천 → 소백산역(희방사역)
▶ 제3구간│11.4킬로미터, 3시간10분 소요. 소백산역 → 죽령옛길 → 죽령주막 → 보국사지 → 죽령분교 → 용부사 → 죽령터널 입구 → 장림리

※ 올해에는 충북 단양군에 속하는 소백산 자락길의 네 구간(가리점마을 옛길, 황금구만량길, 온달평강 로맨스길, 김삿갓의 의풍 옛길) 59킬로미터가 추가로 개설돼 예정이다.
문의│영주문화연구회(054-633-5636), 단양관광관리공단(043-420-3697)

숙박
소백산 자락길 주변의 숙소로는 선비촌(054-638-6444)이 가장 권할 만하다. 풍기읍에는 펜션 ‘로템나무그늘아래’(054-635-6115), 하늘호수펜션(054-638-3688), 마운틴힐펜션(054-638-8589), 한국장(054-636-5701)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순흥면 소재지에는 동인모텔(054-633-9605)과 순흥여관(054-633-2790)이 있다.

맛집
풍기의 맛집으로는 약선당(약선요리·054-638-2728), 풍기인삼갈비(054-635-2382), 인천식당(청국장·054-636-3224), 한우프라자 ‘소’(한우구이·054-631-8400) 등이 있다. 풍기읍내 정도너츠(054-636-0067)의 생강도너츠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풍기의 명물. 순흥에는 소수서원 부근의 순흥묵집(묵조밥·054-632-2028), 선비촌의 선비촌종가(고등어구이정식·054-637-9981)가 대표 맛집이다.

가는 길
▶ 승용차│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5번 국도·단양 방면)→죽령
▶ 대중교통│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06:10, 08:10에 출발하는 중앙선 열차가 희방사역에서 정차한다. 3시간 내외 소요.

이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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