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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느릿느릿 걸으니 감동이 밀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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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12-14 08:31

본문

1.

청산도는 푸르다. 사시사철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푸른 섬이다. 신선들이 노닐 정도로 아름다워서 옛날에는 ‘선산’(仙山) 또는 ‘선원’(仙源)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지금은 섬 전체가 풍광 좋기로 유명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청산도를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은 뜸했다.
그러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백만 관객을 돌파한 <서편제>를 통해 청산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예스러운 정경이 널리 알려지면서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늘었다. 거기에다 2007년 12월 전남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장평면 등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인증되자 청산도를 찾는 외지인들의 수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요즘 들어 청산도를 찾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슬로길을 걷기 위한 ‘뚜벅이’ 여행자다. 슬로길은 슬로시티 인증 이후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길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항구, 해안도로, 마을길, 고샅길, 논두렁길, 밭둑, 몽돌해변, 솔숲, 비탈길, 바윗길, 억새밭, 해안절벽, 둑길, 상록수림 등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 슬로길은 지난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생태 탐방로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청산여수(靑山麗水)길’이라는 이름이 새로 붙었다.

섬사람들의 독특한 장례 풍속을 보여주는 청산도의 초분.
섬사람들의 독특한 장례 풍속을 보여주는 청산도의 초분.
하지만 막상 청산도에 가보면 청산여수길을 찾기 어렵다. 어떠한 이정표와 안내판에도 청산여수길이라는 명칭은 보이지 않고, 모두 슬로길뿐이다. 담당 공무원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부르기도 쉬운 슬로길을 청산여수길로 바꾸기가 쉽지 않은 탓”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새로 제작 중인 팸플릿에는 ‘청산여수 슬로길’로 표기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청산여수 슬로길은 청산도의 관문인 도청항에서 시작된다. 군데군데 ‘슬로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어서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한국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나온 ‘서편제길’

도청항에서 화랑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는 도청항을 지나는 항(港)길, 도락리의 오래된 우물에서 이름을 따온 동구정길,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를 지나는 서편제길로 이뤄져 있다. 길이 5.7킬로미터의 1코스에서 하이라이트 구간은 역시 서편제길이다. 돌담길이 길게 이어지는 이 길에서 떠돌이 소리꾼 유봉이가 두 남매와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광경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2006년에는 TV 미니시리즈 <봄의 왈츠>의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당시 지중해풍의 서양식 건물로 지어진 <봄의 왈츠> 세트장 건물이 돌담길 옆의 언덕에 우두커니 남아 있다. 이 언덕의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담길에서 바라보는 당리마을과 읍리의 전경 그리고 도락포 저편의 바다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매우 인상적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상쾌하게 트인 범바위 정상.
사방으로 시야가 상쾌하게 트인 범바위 정상.

서편제길이 끝나는 화랑포에서 2코스인 연애바탕길이 시작된다. 구장리의 앞개해변까지 이어지는 이 벼랑길에서는 탁 트인 바다를 줄곧 옆구리에 끼고 걷는다. 서로 초면인 남녀조차도 이 벼랑길을 함께 걷다 보면 서로 손을 잡아주거나 끌어주다가 어느새 연애 감정이 싹트게 된다고 해서 연애 바탕길로 명명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애의 바탕이 될 만큼 위험한 구간은 별로 없다.

벼랑길이 끝나고 아담한 몽돌해변과 앞개해변을 지나면 다시 3코스인 낭길로 들어선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닷가 벼랑 위의 솔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이다. 소나무 사이로 언뜻 들어오는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낭길의 종점은 권덕리다. 주변 갯바위에 돌돔, 참돔, 감성돔 등 고급 어종의 입질이 잦은 천혜의 낚시터가 즐비해서 그동안 낚시꾼들만 알음알음으로 찾던 갯마을이다. 이제는 낚시꾼들보다도 걷기 여행자들이 훨씬 더 많이 찾아온다.

권덕마을과 범바위 사이의 범길은 몹시 비탈진 산길이다. 길이는 1.8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1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더구나 도중에 거치는 말탄바위와 범바위 정상의 조망이 매우 탁월해서 게으른 여행자의 발걸음은 한동안 떨어지질 않는다.

4코스 범길의 종점에서 시작된 용길도 만만치 않은 험로다. 범바위 동쪽 기슭의 장기미해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매봉산 자락의 비탈진 오르막길을 지나 청계리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청산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청계리 일대에는 청산도 특유의 구들장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신풍, 부흥 등의 마을과 동부에 위치한 원동, 양지, 중흥, 신흥, 상서 등의 마을에도 청산도 주민들이 맨손으로 피땀 흘려 일군 구들장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청산도 주민들의 생활력·근면성 상징하는 5코스 ‘들길’

옛날의 청산도는 인구가 많고 농토는 부족해서 늘 식량이 모자라는 섬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한 뼘의 농토라도 더 얻기 위해 방고래를 켜고 구들을 놓듯 계단식 축대를 층층이 쌓고 그 안쪽에 흙을 쏟아부어 구들장논을 만들었다. 청산도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생활력과 근면성을 상징하는 구들장논 사이로 슬로길의 5코스인 들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청산도 마을의 골목길은 대부분 돌담길이다. 돌담마다 세월의 더께가 두껍게 쌓여 있다. 돌마다 다양한 문양의 돌옷이 가득하고, 담쟁이넝쿨과 수세미 덩굴은 돌담 전체를 뒤덮었다. 인공 돌담이 어느새 자연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원형이 잘 보존된 상서마을의 1천26미터에 이르는 돌담은 국가에서 등록문화재 제279호로 지정했다.
청산도의 관문인 도청항 길가에 슬로길 푯말이 서 있다.
청산도의 관문인 도청항 길가에 슬로길 푯말이 서 있다.

오래된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서 있는 상서마을은 슬로길 5코스의 종점이자 6코스의 시점이다. 돌담길은 6코스에 접어들어서도 계속되다가 동촌마을을 지난 뒤로 끝난다. 동촌마을에서 무인도인 항도까지는 들국화길이다.

인적이 뚝 끊기는 대신에 자연의 소리가 한층 가깝게 들려온다. 신흥리 모래등해수욕장의 드넓은 모래벌판을 넘나드는 파도소리, 청산도의 동쪽 해안을 가로질러 대양으로 내달리는 바람소리가 연신 끊이질 않는다. 걸음을 멈추고 갯쑥부쟁이, 감국 등의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핀 길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한없는 평화와 여유가 느껴진다.

갈 길이 남았어도, 길이 모두 끝났어도 청산도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청산도에서 빠른 걸음은 반칙이다. 그래서 슬로시티이고 슬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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