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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야 물럿거라! 여름 술이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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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2-05-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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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 술 평론가·막걸리학교 교장

 

여름에 인기있는 음료는 시원한 탄산음료다. 탄산음료 타입의 술로는 맥주, 발포성 와인, 그리고 막걸리가 있다. 이들 술들은 도수가 낮다. 아무래도 더운 날에는 도수 높은 술을 마시면 체온이 올라 정신이 사나워지기 쉽다. 하지만 소주라고 하여 기피할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마시는 술의 관행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도수 높은 술의 경우는 얼음을 넣거나, 탄산수를 넣어 칵테일해서 마시면, 여름철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술과 술을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관행은 많아도, 술의 개성을 살리는 칵테일 문화는 일천한 편이다.

칵테일 문화는 음악으로 치면 편곡 작업이나 마찬가지다. 상품화된 술에 탄산수나 리큐르나 과일 엑기스 등을 적당하게 혼합하여 마시는 것이 칵테일이다. 하지만 칵테일은 폭탄주와 정반대의 술이다. 폭탄주는 만드는 사람 ‘맘’이지만, 칵테일은 마시는 사람 마음에 맞추는 술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름 술로 과하주가 있다. 과하주(過夏酒), 여름을 넘기는 술이다. 여름이면 도수가 낮은 약주류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오래 두고 마시기 어렵다. 그래서 발효주(약주)를 빚는 과정에 증류주(소주)를 섞어서 발효시키는 술이다. 1670년경에 작성된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도 과하주 빚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누룩 두 되에 끓인 물 한 병을 식혀서 부어서 하룻밤 재워둔다. 누룩 물을 체에 바쳐 식힌 물을 더 부어 걸러 찌끼는 버리고 찹쌀 한 말을 잘 씻어 쪄서 식혀서 누룩 물과 섞는다. 사흘이 지나면 좋은 소주 14복자(기름 국자)를 부어 두면 맵고 달다. 이로부터 칠일 뒤에 마실 수 있다.

과하주에는 알코올분 30도 내외의 술이 있는가하면, 13~14도의 술이 있다고 1935년에 발행된 <조선주조사>에 등장한다. 과하주의 전통을 잇고 있는 상품화된 술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천 과하주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보성 강하주가 있다. 전주에서 빚어졌던 장군주도 과하주였고, 경성의 과하주도 명성 높았다고 한다. 1909년 주세법이 생길 때, 과하주는 탁주, 약주, 청주, 소주와 함께 주종의 하나로 분류될 정도로 널리 펴져 있던 술이었다. 과하주는 발효주의 맛을 유지하면서 보관성을 높인 술이라는 점에서, 우리 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술이다.

보성강하주를 빚는 도화자씨
보성강하주를 빚고 있는 도화자 씨

전라북도 장수군 산서면 권 씨 집안에서 전해오는 점주의 경우도 여름술이다. 쌀알이 동동 떠있고, 단맛이 도는 점주를 내주면서 그 집 며느리가 여름 술이라고 했을 때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점주가 미숫가루처럼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맛이 없다는 얘기를 듣자 이해가 되었다. 미숫가루는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고소한 맛도 빠지고, 시원한 맛도 줄어든다. 미지근하면 풀죽처럼 되어 마시기 어렵다. 땀을 많이 흘리고, 기력이 쇠해지기 쉬운 여름이면 단 음료가 당기는데, 이때 점주와 미숫가루가 사용된 것으로 여겨진다.

설탕이나 꿀을 타 마시는 여름 술 점주
설탕이나 꿀을 타 마시는 여름 술 점주
 
막걸리도 청량감이 강화되면서, 여름 술로서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막걸리는 말통으로 유통되었을 때는 소비자에게 청량감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1970년대 후반부터 병에 담기기 시작하고, 1990년대 중반에 살균 막걸리가 유통되면서 탄산이 함유된 막걸리가 본격적으로 막걸리의 장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요즘에는 사이다를 탄 듯이 톡쏘는 맛의 막걸리가 나오니, 막걸리를 청량음료로 분류해도 좋은 세상이 되었다.

우리 술의 약점 하나로 발포성 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당도가 떨어지는 과일에 보당하지 않고 술을 빚으면, 알코올 도수가 낮게 나온다. 그런데 도수 낮은 술에 탄산가스가 들어있으면 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도수 낮은 발포성 과일주나 발효주가 늘어나면, 그만큼 저도주가 많아지고 여름 음료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허시명은?

허시명은 대한민국 1호 술평론가이자, 술 기행가, 막걸리 감별사다. 현재 ‘막걸리학교’ 교장이자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문화부 전통가양주실태조사사업 책임연구원, 농림수산식품부 전통주품평회 심사위원, 국세청 주류질인증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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