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폐교 확정된 도봉고 주변의 현재 상황은?
지난해 신입생 42명 급감하며 폐교, 3년간 도봉초가 임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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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나연 기자 작성일 23-04-17 19:54본문
▴2024년 폐교가 확정된 도봉고 전경.
서울에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가 폐교되는 건 도봉고가 처음이다. 도봉고는 공식적으로 내년 2월 28일 문을 닫는다. 도봉1동 주민들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분위기이다.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 즉,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아동과 청소년의 총 인원수인 6세에서 21세가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학교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봉고는 2024년 폐교가 확정돼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작년에 입학한 신입생 42명은 모두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 지금은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을 포함한 3학년 64명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도봉고는 2003년 12월 설립돼 2004년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개교 이후 학생 수가 한동안 197명(남 102명·여 95명)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2020년 103명이던 신입생이 2021년 75명, 지난해 42명으로까지 줄어들었다.
학생 수 급감이 폐교 결정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가든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 아무개 어르신은 “도봉산입구 주변에는 국립공원밖에 없어서 노인이 가장 많이 산다. 장사 외에는 할 게 없으니 젊은 사람은 별로 없다. 애를 안 낳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니겠냐”고 잘라 말했다.
이날 만난 지역주민들은 한 결 같이 도봉고 폐교와 관련해서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학령인구는 2010년 186만 10명에서 2020년 129만 3,373명으로 56만 6,637명이 감소했다.
부동산중개사 박 아무개 씨는 “모르는 사람들은 도봉산이 지척이니 공기 맑고 좋을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거주 환경이나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 당연히 젊은 층 유입이 안 된다. 공기가 좋고 집값이 싸니까 노인이 많이 산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봉산이 있는 도봉구와 북한산이 있는 강북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꼽힌다.
도봉고 후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 아무개 원장은 아직 폐교 안됐냐고 물으면서 “하도 학생들이 안 보여서 이미 폐교한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후문에서 약 3분 거리에 있는 가든아파트에는 노인이 전체 주민의 절반이 넘는 실정이다. 도봉고 폐교 원인 중 또 하나는, 학생 수가 적을수록 내신 경쟁의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피하게 된다.
실제로 교육 전문가들도 고교 내신 상대평가에서 도봉고 학생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신 상대평가는 학생 수가 적을수록 체감하는 경쟁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며 평가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상위 4% 학생에게 1등급을 주는데 학생 수 1천 명이면 1등급이 40명이지만, 100명이면 4명이니 학생이 떠안는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반고는 3지망까지 쓸 수 있는데 도봉고는 3지망까지 쓰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학생 수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는 지경에 이른 것.
도봉고는 내년 3월부터 도봉초가 그린스마트미래학교로 리모델링되는 3년 동안 임시 초등학교 건물로 쓰일 예정이다. 2027년 이후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인근 주민들은 도봉고를 종합병원이 지어지길 희망하거나 인근 상가 활성화를 위해 공용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또한, 청소년 진로체험센터나 초등생 돌봄 공간, 어르신 학력인증제 교육기관 설립 등 다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건물과 부지를 활용할 방안을 연구용역과 주민 의견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제 도봉고 폐교는 변경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남아 있는 고3 학생들이 심리적인 안정 상태에서 보통의 고3 학생들처럼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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