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食문화’ 선도하는 푸드테크 벤처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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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4-03-31 08:58본문
스웨덴 인구의 열 명 중 한 명은 채식주의자이며 이 같은 채식 선호현상은 젊은층(15~34세)을 중심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설문조사기관인 Demoskop이 지난 2월과 3월 초, 15세 이상 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웨덴의 채식 인구는 지난 5년간 4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상의 이유나 동물권익 보호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채식의 긍정적 효과를 둘러싼 찬반논란도 더욱 가열되고 있다.
특히 육식주의자들이 채식주의에 대해 갖는 반감은 그 반대인 경우보다 훨씬 더 높다. 미국의 NBC투데이가 맷치닷컴과 공동 실시한 서베이 결과(2012년)에 따르면 자신이 육식주의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30%는 절대 채식주의자와 데이트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채식주의자가 육식주의자와 사귀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에 그쳤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야말로 애정이 깊어지는 중요한 과정인데 데이트 할 때마다 두부나 콩만 먹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냐는 게 육식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이처럼 육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는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연인이 채식주의자일 경우, ‘생물학’적으로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과학저널인 ‘호르몬과 행동(Hormones and Behavior)’이 식물호르몬인 파이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s)과 性的 활동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주의자와 비교해 性호르몬이 더욱 왕성해 정력증진에 훨씬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토에스트로겐은 콩과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에스트로겐으로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함으로써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채식에 기반한 식생활이 오히려 정력증진에 효과적이라는 메시지를 광고로 제작했는데 그 슬로건 또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바로 ‘그대로 (꼿꼿이 유지한 채) 항상 신선함을 유지하세요’(Stay Firm And Fresh)라는 매우 ‘의미심장한’ 슬로건으로 채식이 갖는 강점을 어필한 것이다.
채식은 심장질환이나 간질환, 당뇨, 고혈압 발병률을 낮춘다는 임상실험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며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경우, 채식주의자가 된 빌 클린턴 前 대통령에 이어 앨 고어 前 부통령 또한 지난 해 채식주의자를 선언해 미국 고위정치인들의 채식주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정보컨설팅업체 코비즈미디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미국의 전체 인구 중 채식주의자는 6%, 유제품 섭취까지 안 하는 비건(vegan)층은 7%로 전체 인구의 13%가 채식 인구층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육식 자체가 부의 상징이라는 인식과 함께 채식인구는 여전히 적으며 전체 인구의 약 4~5%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국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채식문화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나 미국의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 한다.
육식문화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 동물권익 차원의 인식론적 변화도 젊은층의 채식주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최근엔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 푸드테크놀로지 기업들이 각광받고 있는데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달걀을 만드는 벤처기업 햄튼크릭푸드(Hampton Creek Foods)이 단연 화제다.
앨 고어 뿐 아니라 아시아의 최대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야후의 공동 창업자인 제리 양이 투자하기로 해 화제를 모은 햄튼크릭푸드는 2월 기준으로 2,3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리카싱 회장은 자신의 투자전문 기업인 Horizons Ventures를 통해 1,55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푸드테크놀로지 분야가 주목 받고 있는 것은 현재 식품산업의 구조가 이대로 지속될 수는 없다는 회의론적 판단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는 2050년께 식량부족 사태에 직면해 ‘불가피’하게 채식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인들은 한 명당 매일 12온스(약 340그램) 정도의 고기를 섭취하고 있는데 이는 일간 권장량보다 50% 더 높은 수치이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그 만큼의 가축과 방목지, 무엇보다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데 약 90억명의 인구가 예상되는 2050년엔 육식 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물이 우선 충분치 않게 된다는 게 스톡홀름 국제 물 연구소(SIWI)의 전망이다.
채식은 또 심리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영국건강심리학저널(Britis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이 올 해 초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육류섭취를 줄일 수록 피실험자의 정서적 안정감이 개선되고 우울증에 대한 면역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신의 건강증진 효과는 물론 지구환경과 동물권익보호 등 채식에 대한 당위적 근거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육식주의자들의 반론 또한 예상되는 시점이다. 유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