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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주 작가 인터뷰] 쉽지만 깊은 책 ‘어른들을 위한 철학 동화, <<변덕마녀의 수상한 죽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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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식 기자 작성일 24-01-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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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우주 작가와 책 표지


소설 <안락사회> ‘토지문학상’ 수상, 소설집 <<안락사회>> 교보문고 기획전 ‘색깔 있는 책’ 선정, 북스타그래머가 뽑은 ‘올해의 작품’에 여러 차례 거론된 작가 ‘나우주’의 신간 <<변덕마녀의 수상한 죽가게>>가 출간됐다. 


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미시와 거시의 세계를 촘촘하게 다룬 전작 <<안락사회>>는 이 시대, 조금은 희귀한 소설집으로 회자되며 입소문을 탔다. 


작가 나우주 역시 작품만큼 묵직한 소설가, 혹은 문제적 작가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런 그녀가 차기작으로 현실에 판타지를 가미한 ‘에세이픽션(에픽)’집을 들고나오자 기존 독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른들을 위한 철학 동화’라는 컨셉도 낯설었다. 


<<변덕마녀의 수상한 죽가게>>라는 말랑말랑한 제목도 ‘문제적 작가’답지 않았다. 여러모로 의외의 선택이었다. 


집필 의도가 궁금해 저자와 ‘Q&A 문답’을 진행했다. 


Q1. 제목만 보면,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소설로 보입니다. 막상 읽어보면 흔한 말로 제목에 낚였다 싶게 내용이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 쉽게 읽히는데 메시지는 무겁고, 판타지 같은데 지독하게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에세이픽션’이라든지, '어른들을 위한 철학 동화'라는 컨셉도 낯섭니다. 정통 소설을 쓰던 작가가 새로운 장르, 새로운 컨셉을 시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1. ‘의도적 시도’는 아닙니다. 얘기치 않은 번아웃(소진 증후군)이 온 후 지금까지,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찾아 부유하는 중입니다. 그런 중에 지인들의 권유로 SNS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세상과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라는 조언을 따른 것인데, 무엇으로 소통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제 계정에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녀가 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를 짤막하게 써서 올렸어요. 얻고자 하는 해답들이 그저 질문이 되어 글에 녹아들었습니다.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연재를 했고 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부터 편하고 자유롭게, 형식 구애 없이 썼기 때문에 막상 책으로 엮으려니 장르가 모호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면서도 어디까지나 픽션이기에 ‘에세이픽션’, 철학은 본디 ‘질문’의 영역이고 우화적으로 표현했기에 ‘철학 동화’가 되었습니다. 


Q2. 의도하지 않았지만 장르 파괴, 개척이 된 셈이네요. 읽어보면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세상을 향해 때론 절대자를 향해 던지는 질문이 이야기의 큰 줄기입니다. 한편 주변 자연의 친근한 나무ㆍ뱀ㆍ물고기ㆍ화초ㆍ지렁이ㆍ까치까지도 말을 하며 소통하는 존재로 그렸기에 ‘철학’적이면서 동시에 ‘동화’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에피소드는 쉽게 읽힙니다.


A2. ‘철학’이 철학자 것만이 아니듯, ‘동화’도 어린이의 것만이 아니니까요. 한 편 쉽게 쓰면서 쉽게 묻는 것, 무거운 삶이지만 무겁지 않게 돌아보는 것이 누구보다 저 자신에게 절실했습니다. 덕분에 쉽게 읽힌다면 반가운 일입니다.  


Q3. 도시 한 복판에 사는 마녀가 ‘욕망, 욕구, 비교, 칭찬, 포상, 성취감’을 공중에서 떼어 내 ‘변덕죽’의 양념으로 넣고 끓인다는 설정이 재미있으면서도 경쟁에 지친 현대인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A3. 저는 이 시대를 ‘욕망의 끝없음과 그로인해 탈진된 인간’들의 시대라 봅니다. 현대인들은 지쳐있습니다. 멈춰서서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Q4. 토지문학상 수상작인 <안락사회>는 현실을 냉철하게, 극단으로까지 사실적으로 밀어부쳤습니다. 반면 <변덕 마녀~>는 외부 현실보다 내면을 향한 집중으로 다분히 철학적, 사색적입니다. 크게 달라 보이는 두 작품의 창작 배경은? 그럼에도 저류에선 공유지점이 있을 법도 합니다.


A4. 소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의 저는 ‘문제의식’을 갖고 ‘문제적 현장’을 ‘문제적 인물’을 통해 그렸습니다. 그 생각엔 크게 변함이 없지만 시선이 조금 바뀌어 있습니다. 해답을 사회 구조적인 데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개인의 내면에서 찾습니다. 환경도 중요하고 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개인의 자각, 본질, 본성이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 유기적으로 얽혀있기에 선후를 따질 수 없지만 바야흐로 지금은 ‘디지털다매체시대’이고 ‘파편화된 개인의 시대’입니다. ‘개인’이 어째서 개별적인지부터, 그런데 어째서 또 개별적이지만은 않은지까지. 그렇게 다시 접근해 보고 있습니다. 우습게도, 제 자신이 탈진한 후에야 개인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상황을 맞이한 후 흘러흘러 쓰게 된 글이기에 창작 배경이 딱히 있달 수 없지만, 유행처럼 번진 ‘개인의 회복’ 중시 경향을 보면서, 나는 역시 시대와 함께 흐르고 있구나, 재차 실감했습니다. 두 작품의 공유지점도 그래서 이와 같을 겁니다. ‘어떤 장르로 풀어썼든 글은 현실을 반영하며, 현실 속 인간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점. 빤하고 기본적인 얘기임에도 저는 늘 이 점이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Q5. 그래서 동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판타지적이면서도 현실 반영적인 나우주 작가님만의 작품이 탄생했나 봅니다. 결은 다르지만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떠오르기 합니다. 그 또한 동화적이면서 철학이 묻어있는 책입니다. <변덕마녀~>를 독자들이 어떻게 읽어 주길 바라는지요?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지요?


A5. ‘어린왕자’가 떠오른다는 독자님들의 서평을 읽어봤습니다. 21세기 버전은 보다 잔혹한지도요. 어쨌든 감상은 독자분들의 몫입니다. 다만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일상성의 산물인지, 힘겨운 일인지, 그러니 살아내는 모든 존재들에 대해 조금만 더 너그러웠으면 한다는 나름의 바람이 있습니다. 


나우주 작가의 작품에는 힘겹게 삶을 견디는,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응원과 연민이 묻어있다는 공통된 평이 따른다. 


이번 신작 <<변덕마녀의 수상한 죽가게>>도 다르지 않다.


‘어른들을 위한 철학 동화’라는 독특한 컨셉은 이를 전작보다 쉽게 전달하려는 일종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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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주 작가 프로필 

소설 <안락사회>로 토지문학상 수상

소설 <클리타임네스트라>로 영목문학상 수상 

소설집 <<안락사회>> 출간 (북티크) : 교보문고 기획전 ‘색깔있는 책’ 선정/ 북스타그래머가 뽑은 ‘올해의 작품’ 다수 선정. 

어른들을 위한 동화집 <<변덕마녀의 수상한 죽가게>> 출간 (김영사) 

사진) 나우주 작가와 <변덕마녀의 수상한 죽가게>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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