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촬영으로 찍는 물총새의 사냥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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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6-23 13:29본문
(사냥 나온 물총새 수컷이 횃대에서 탐색중이다. 암수 구별은 부리에 있다. 수컷의 부리는 모두 검지만 암컷의 아래 부리는 주황색이다.)
6월 중순에서 7월초는 물총새 촬영의 적기이다. 암수가 사랑을 나누고, 알을 부화시키고, 육추가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참새보다 조금 큰 물총새는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횃대에서 10여초 정도 머무른다. 사양할 물고기가 정해지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이내 깃털을 치켜세우고는 물고기를 향해 온몸을 내던진다.
순간 속도는 치타보다도 빠른 130여km, 사냥 성공률은 80%에 이른다. 백수의 왕인 사자조차도 사냥 성공율이 30%대인 것을 감안하면 물총새의 사냥 실력은 단연코 최고 수준이다.
물총새는 수면에서 약 1.5미터 높이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가 수면에 물고기가 지나가면 물속으로 뛰어들어 커다란 부리로 낚아채듯 내리 꽂는다.
주로 작은 물고기를 먹지만 양서류나 곤충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횃대에서 물고기를 사냥한 후, 다시 횃대로 돌아오는 시간은 1.5초 남짓, 그 빠른 시간 안에 사진작가는 초첨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야 한다.
위장막 속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버텨야 했다. 약 11시간 동안 총 16회 날아왔으니 평균 4~50분에 한번 꼴로 물총새를 본 셈이다.
이 중 횃대에 앉지도 않고 날아간 횟수는 4회였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다.
수시로 바뀌는 빛의 양에 따라 ISO는 6400에서 10000 사이를 넘나든다. 셔터 속도 역시 최소 5000분의 1초에서 최대 8000분의 1초로 옮겨 다니면서 찍는다.
노출은 최대로 밝게 해야 하지만 망원렌즈의 특성상 f/5.6 이하로는 허락되지 않는다. 니콘 200-500mm 렌즈를 D5에 물리고, 일부는 1.4x 텔레컨버터를 장착해 최대 700mm로 당겨 찍었다.
물총새는 한국, 타이완, 중국, 일본, 몽골, 인도차이나, 말레이반도, 인도 등지에 널리 서식하는 비교적 흔한 철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3월 쯤 물가의 흙벽이나 언덕에 구멍을 파고 그곳에 둥지를 튼다. 한번에 4개에서 7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약 20일이면 부화한다.
이후, 육추에 들어간 물총새는 25일 정도 정성껏 보살핀 후 독립시킨다. 철새였지만 온난화로 상당수가 텃새화 되어 이제는 겨울에도 물총새 보기가 어렵지 않다.
찰나에 가까운 짧은 시간에 승부수를 던지는 물총새 사진 촬영은 누구라도 허리 아프고, 다리 저리고, 침묵을 지켜야 하는 등 참기 어려운 고통이 수반된 작업 과정이지만 그랬기에 희열도 크다.
사진작가에게 물총새는 고통스런 힘듬이 아니라, 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중독성 있는 촬영소재이다.(글・사진 정나연)
(물고기 잡는 호랑이란 별명을 가진 물총새의 빠른 사냥장면을 한 눈에 보기 위해 최대 연사로 찍은 8장의 사진을 하나로 합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