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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적응,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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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0-07-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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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루사(‘02)·매미(’03)·나비(‘05) 같은 초강력 태풍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현상과, 지난 겨울 잦은 폭설은 우리에게 기후변화를 실감케 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지구적 노력이 완벽히 성공하더라도 과거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향후 수십 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2℃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IPCC 4차 보고서)

우리나라의 경우 2100년까지 평균온도가 약 4℃ 상승할 것이고, 기후변화로 인해 약 800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KEI)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물론, 이와 더불어 필연적인 기후변화에 인간이 적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 나아가 기후변화의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까지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어렵고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현상이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지역이면서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한 사례가 공존하는 제주도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위기 1 - 변화하는 한라산의 식생>

한라산은 해발고도에 따라 다양한 식생 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취약한 생물 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윗세오름에서 어리목으로 내려오다 보면 구상나무, 시로미, 돌매화나무, 털진달래, 한라솜다리 등 극지·고산 식물(한대성 식물)의 분포영역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반대로 소나무, 억새, 제주조릿대 등 온대성 식물의 분포는 확산되는 모습도 뚜렷이 나타난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 기후변화의 피해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수종이다. 한국의 고유 식물인 구상나무는 한라산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환경의 변화로 생장쇠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위협근접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한라산 해발 1,500미터 이상 지역에서만 자라는 멸종위기 고산식물 시로미도 마찬가지로 위협을 받고 있다.

반면 온대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소나무는 점차 분포가 확대되고 있다. 한라산에서는 900~1,200미터 지역이 주 분포지인데, 최근 사제비 동산과 돈내코 등산로 등 해발 1,400미터 일대에서도 활발히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소나무 분포 확대는 기존에 자생하고 있는 산철쭉 등 관목림과 구상나무 등 한대성 식물의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기 2 - 점점 사라지는 용머리 해안>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용머리 해안에는 용머리를 한 바퀴 둘러보며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그런데, 최근 용머리 해안 산책로를 통제하는 일이 잦아졌다. 기본적으로 하루 평균 네 시간 정도는 바닷물에 잠겨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없고, 파도가 거센 날에는 아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87년 산책로를 조성할 당시에는 거의 없던 일이다.

한라산은 해발고도에 따라 다양한 식생 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취약한 생물 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산책로 조성에 관여했던 한 제주도 의원은 현재 해안선 평균 수위가 공사 당시보다 최소한 15센티미터는 높아졌다고 밝혔다.

<기회 -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농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농가. 나뭇가지마다 망고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8월이면 잘 익은 망고를 수확할 예정이다.

과거 채소 농사를 짓던 이 농가는 6년 전부터 아열대 작물인 망고재배를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제주도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가 가능해졌고, 한반도 남쪽지역까지 확대된 한라봉보다 높은 소득이 기대되어 망고 농사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망고는 수입 산에 비해 맛이 좋아 개당 1만 원 이상의 높은 가격에 팔리는 고급 과일이다.

농촌진흥청은 한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제주도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열대·아열대 작물을 도입하고 현지 적응시켜 농가에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수 십동의 하우스에서는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들여온 다양한 과수와 채소가 시험 재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용과가 탐스럽게 자라고, 인기 있는 차 재료인 패션프루트도 눈에 띈다. 이밖에도 망고스틴, 아떼모야, 아보카도 등 우리나라에서 자랄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열대·아열대 과일이 실제로 재배되고 있다.

지중해 같은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아티초크는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재배된다. 해외에서는 고급 샐러드 재료로 사용되는 값비싼 채소다. 아스파라거스, 강황, 쓴오이, 차요테 등 전부 수입에 의존했거나 이름조차 생소한 열대·아열대 채소도 보인다.

온난화대응연구센터는 ’08년 기준으로 제주지역 열대과수 재배면적이 52.2헥타르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기회로 삼아 농가소득 창출을 위한 연구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응 - 빈번한 기상재해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기후변화는 태풍,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재해를 예측하고 적절히 대처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기후변화 적응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은 위력이 엄청나다. ’02년 발생한 ‘루사’는 가장 큰 재산피해와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고, ‘03년 ’매미‘는 가장 큰 순간최대풍속을, ’07년 ‘나리’는 제주도에 특히 극심한 피해를 입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기록을 남겼다.

유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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