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부족하면 치매가 생기나(?).. 아니 성별ㆍ유전자형에 따라 다르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 연구팀, 10년간 추적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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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식 기자 작성일 25-07-07 13:26본문
사진) 김기웅 교수
“비타민D 부족하면 치매가 생기나(?).. 아니, 인지기능 저하는 성별ㆍ유전자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비타민D 결핍은 일반적으로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높인다는 통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APOE ε4 유전자형’이 없는 ‘여성’에게만 유효하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밝힌 연구 결과다.
7일 연구팀에 따르면,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조절해 뼈를 강화하고 근육 기능과 면역 반응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다.
그동안 뇌 신경세포의 기능 유지와 염증 조절, 신경 보호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밝혀지면서 노년기 뇌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ㆍ유럽ㆍ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비타민D가 결핍될수록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다는 관찰 연구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비타민D는 ‘두뇌 비타민’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지기능에 도움 되는 영양소로서 인지도를 얻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비타민D와 인지기능’ 간 상관관계 연구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학계 역시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기존의 이론을 전체 인구 집단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면”이라는 가정을 설정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이론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대규모 장기추적 관찰연구를 수행했다.
정상 인지기능을 가진 노인 1547명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정기적인 인지기능검사(MMSE) 및 혈중 비타민D 농도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했다.
비타민D 결핍이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결과는 성별과 유전자형에 따라서 비타민D가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남성은 비타민D 수치가 낮아도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인지기능 저하 속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여성 중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시사 하는 유전자형 ‘APOE ε4’의 보유자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는 여성의 약 15%가 해당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남성과 이들 여성을 합해 사실상 인구의 절반 이상은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 저하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APOE ε4 유전자형이 없는 여성은 비타민D 수치가 낮은 그룹에서 인지기능 점수가 연평균 약 0.14점(30점 만점)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통상적으로 APOE ε4 유전자형은 알츠하이머병의 강력한 위험인자로 보고 있다.
이에 만일 해당 유전자형을 보유한 경우 비타민D 결핍 유무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반대로 이를 가지고 있지 않을 시에는 비타민D 결핍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성별과 간단한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APOE 유전자형 분류를 동시에 고려한 세계 최초의 전향적 연구다.
특히 1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평균 8년 이상 정교하게 추적 관찰해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기웅 교수는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유전자형 및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며, 모든 사람이 이를 우려해 영양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연구 결과에 따라 비타민D 부족에 취약한 APOE ε4 비보유 여성을 대상으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비타민D 관리를 한다면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Clinical Nutrition’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