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개원 10주년,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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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8-03-30 17:58 댓글 0본문
“처음 암병원를 세우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삼성서울병원 이 94년에 개원했으니 불과 10년도 안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암병원을 짓는 게 가능할까 했었죠. ”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삼성암병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아 30일 기념식을 열었다.
남석진 암병원장은 지난 2004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엔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국내 민간 의료기관 중 독립적인 암 전문병원이 한 곳도 없던 시절이었다.
암 자체도 치료가 어려운, 그래서 우리나라 병원들이 미국을 비롯해 선진 암 치료 기관을 언제쯤 따라 잡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힘든 때였다.
하지만 삼성암병원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른 병원들도 속속 암 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며 자원과 역량을 집중시키자는 혁신이 돌풍처럼 병원계를 휘감았다. 삼성암병원의 10년이 우리나라 암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 환자 우선 철학 담아 아시아 최대 규모로 출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지난 2008년 1월 문을 열었다. 지상 11층, 지하 8층 연면적 11만㎡에 달하는 건물이 들어섰다. 단일 기관 수준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건물 자체도 독특한 외관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병원을 둘러싼 숲과 조화를 이루는 데 주안점을 뒀다. 건물 전면부는 블루 그린 글라스를 채택해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물고, 곡선 형태로 디자인하여 유려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삼성암병원이 이러한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환자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딱딱한 병원 이미지 대신 자연과 어우러지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뜻이 담겼다.
남석진 암병원장은 “환자들이 병원과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만 전념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환자를 우선으로 병원을 설계했다”며 “병원이 지향하는 철학이 단순하면서도 매우 강력하다 보니 지난 10년간 병원이 이만큼 발전하는 데 큰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 환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바꾸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10년 동안 고도 압축성장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현재 삼성암병원을 찾는 연간 외래 환자는 50만명이다. 이 가운데 새로 암을 등록한 환자는 약 2만 3,000명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암환자가 21만여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암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삼성암병원을 찾는 셈이다. 암병원 외래환자 53만 4,548명, 입원환자 26만 5,720명, 수술 1만 6,089 건(17년 기준) 등 상당수 암환자의 건강을 삼성암병원이 책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삼성암병원 특유의 병원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병원 시스템을 정비하고 인프라를 갖추는 데 투자가 계속됐다. 새로운 첨단의학을 도입하는 데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다학제진료다. 삼성암병원은 지난 2013년 기존 암센터를 암병원으로 체계가 격상되면서 대대적으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학제 진료는 하나의 암을 두고 관련 여러 진료과가 머리를 맞대 최적의 치료 방향을 찾아 더 나은 치료 결과를 도출하자는 취지로 병원 전체에 퍼졌다.
그러면서 암종별 센터가 전면으로 나섰다. 우리나라에 현대의학이 자리를 잡은 뒤로 줄곧 고목처럼 단단히 서있던 진료 문화가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현재 삼성암병원에는 17개의 전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면다학제 진료는 간암, 유방암, 췌장암, 등을 포함해 12개 암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해 평균 400명이 대면다학제 진료를 이용하고 있다.
올해는 희귀난치성 암환자를 위한 심층 진찰을 시행해 보다 다양한 형태의 환자중심 진료 체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환자를 위한 삼성암병원의 혁신은 암치유센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암치유센터는 삼성암병원이 추구하는 포괄적 암치료를 구현하기 위한 결정체로 지난 2014년 설립됐다.
암환자의 치료 흐름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정신건강을 챙길뿐더러 통증이나 재활까지 함께 치료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치료 후 재발이나 다른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진료가 뒤따를 뿐만 아니라 암을 완치하는 데 필요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제공된다.
특히 암교육센터는 지난 2008년 암병원 개원과 함께 국내 최초로 운영을 시작했다. 환자들이 암을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도록 각종 책자 및 동영상 등 교육자료의 개발과 보급을 맡아왔다. 지금은 다른 병원들이 암 전문병원을 세울 때 반드시 들러 참고하는 표준이 됐다.
-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성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암 치료기관으로 꼽힌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병원의 시설과 인력, 시스템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아 부은 덕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평가 결과에서 △췌장암 △식도암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 모든 암종에서 삼성암병원은 모두 1등급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암병원의 암 치료성적은 세계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각 암종별5년 상대 생존율을 분석했을 때 삼성암병원은 국내는 물론 의료 최선진국인 미국보다도 수준이 높다. 한국인에게 많은 위암의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이 86.4%로 미국 30.4%와 비교하면 크게 앞선다.
삼성암병원은 2016년 양성자치료센터를 개소하고 가일층 성장하고 있다.
양성자치료기는 현존하는 암 치료 장비 중 가장 앞서 있는 기기 중 하나로, 삼성암병원은 기존 1세대 방식에 비해 한층 진일보한 최첨단 장비를 들여왔다. 스캐닝 기술을 접목한 삼성암병원의 양성자치료기는 빛샐틈 없이 암을 공격해 격멸한다.
삼성암병원 양성자체료센터는 최근 1년 사이 환자 500여명을 치료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간암의 경우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치료 환자 중 90%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70%대다.
게다가 삼성암병원은 같은 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방사선 수술장비 감마나이프 아이콘을 설치했다. 최신 감마나이프 ‘아이콘’은 감마선을 쏘아 전이성 뇌종양 등 뇌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기기다.
삼성서울병원은 아이콘을 비롯해 감마나이프 2대를 가동 중이다. 감마나이프를 2대 이상 가동 중인 의료기관은 삼성암병원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단 3곳에 불과하다.
- 삼성암병원 정밀의료 보급에 속도 … “암 치료 패러다임 바꾼다”
삼성암병원은 현재 미래의학을 선점하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 중인 정밀의료 분야에서 한 발짝 더 앞서기 위해 전사적으로 매달리는 중이다.
삼성유전체연구소는 차세대 유전체 분석 시스템 '캔서스캔'을 통해 기술력을 다지는 중이다.
캔서스캔은 삼성유전체연구소가 병리과 및 혈액종양내과와 함께 개발해 2014년 선보인 차세대 유전체 분석시스템이다. 환자에게서 얻은 암 조직을 토대로 381개 암 관련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해 500여 종의 돌연변이를 진단할 수 있다.
소량의 유전자 변이도 놓치지 않고 검출 가능할 만큼 민감도가 높고 이를 해석해 환자 치료의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이러한 내용이 발표돼 세계 의학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난치암사업단에서 개발한 아바타 시스템 역시 삼성암병원의 미래의학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이다. 아바타 시스템은 환자에게서 얻은 암세포를 분석해 각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항암제 효능을 검색한 후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지난 3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 캔서 셀 및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해 과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의료 선진국인 싱가포르의 과학기술청에서 간암 정밀의료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남석진 병원장은 “삼성암병원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과 10년 사이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던 것처럼 기술의 발전이 상상을 뛰어넘어 예측하기 어려운 탓이다.
대신 그는 초심을 강조했다. 기술이 아무리 급변하고 주위 환경이 어려워져도 암병원 건립을 처음 추진할 때처럼 환자를 중심으로 결정하면 답은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남 병원장은 “삼성암병원이 불과 10년만에 환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병원이 됐다는 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기대와 믿음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환자만 보고 걸어 가겠다”고 말했다. 유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