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치료 구원투수 에크모, 폐이식 과정서도 만점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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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5-10-07 13:00본문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 치료에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에크모(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체외막 산소화 장치)를 이용해 환자 의식을 유지시키면서 호흡재활치료와 근력운동요법을 꾸준히 적용시킨 결과, 폐이식 이후 월등히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다.
환자는 다른 사람의 폐를 받은 지 19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문을 나섰다. 평균 폐이식 이후 병원에 머무는 기간인 4주보다 훨씬 일찍 퇴원하였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백효채·이진구 교수(이상 흉부외과), 박무석·김송이·송주한 교수(이상 호흡기내과))은 폐 실질이 딱딱하게 경화되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인하여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였던 심상인 환자(남성·64세)에게 폐이식을 시행하였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찾을 수 없이 발생하며 평균 기대 수명이 2~3년에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질환으로 유일한 완치법은 폐이식 이다.
심상인 환자는 2013년 직장 건강검진으로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이후 차츰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져 최근엔 야외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를 보여 왔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폐이식 대기자 등록을 마치며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심상인 환자는 고유량산소요법을 시행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인공호흡기만으로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불가능하여 처음에는 기관 삽관 후 인공호흡기치료와 에크모 사용을 함께했으나 곧 진정제를 중단하였고 기관삽관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에크모로 호흡을 유지하며 중환자실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심상인 환자는 에크모 시행 19일째 되던 지난 8월 16일, 6시간에 걸친 수술로 뇌사 장기 기증자로부터 양측 폐를 받아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수술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산소포화도가 잘 유지됐고, 중환자실로 옮겨 회복한지 4일 만에 일반병실로 이동했으며 폐이식 후 19일 만에 퇴원해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외래를 다니면서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심상인 환자가 다른 폐이식 환자보다 월등하게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일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 있다. 수술 전, 중환자실에 머무는 동안 에크모를 이용해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며 호흡근육과 전신 근력을 유지시키는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았다는 점이다.
통상 수주 또는 수개월씩 폐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 가운데 자가 호흡이 어려운 경우에는 기도에 관을 넣고(기관삽관) 인공호흡기를 활용한 호흡방식을 취한다.
목에 굵은 관이 있으므로 환자는 매우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장기간 유지를 위해서는 진정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장기간 누워만 있던 환자는 호흡근육을 포함한 전신 근육이 쇠약해져 인공호흡기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인공호흡기 연관 폐렴이나 폐손상, 각종 감염에 의한 패혈증 등 합병증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가능한 이른 시간에 인공호흡기 사용에서 벗어나야 함은 매우 중요하다.
폐이식 환자에 대한 재활치료는 폐이식 준비에 돌입하면 즉시 시작해야 한다. 중환자실에서 폐이식을 대기하며 인공호흡기나 에크모 치료를 받는 환자는 진정제에 의한 수면상태로 유지되기에 근육량 감소가 급속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에크모 치료로 충분한 산소 공급을 하면서 인공호흡기의 조속한 이탈을 하면, 진정제를 중단하여 명료한 의식을 유지하면서 중환자실에서 재활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최근 중환자 치료에 있어 에크모는 여러 분야에서 활용돼 적용 기준을 점차 넓혀 가고 있다. 이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에크모를 사용하면서 조기 재활 운동의 적용은 환자의 빠른 회복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세브란스 폐이식팀은 중증 폐이식 대기자에게 ‘awakening ECMO’ 기법을 적용해 진정제 사용 없이 폐이식 수술 전까지 재활운동을 꾸준하게 이행시켜 폐이식 후 이전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중환자실 입원 기간 동안 심상인 환자는 물리치료사로부터 상·하지 근력운동, 코어 근육 강화운동, 호흡근 강화운동 치료를 받았다. 침상에 눕기보다 힘들더라도 등받이를 세우고 앉았으며 기대지 않고 홀로 앉는 연습을 통해 균형감각과 호흡능력을 향상시켰다.
심상인 환자는 “근육이 1g 이라도 더 있다면 회복이 빨라질 것이라는 의료진의 말을 되새기며 괴롭더라도 빠른 회복을 가져오자는 신념으로 이를 악물고 치료에 임했다”고 말했다.
노력의 결과는 수술 후 빠른 회복속도로 나타났다. 6시간의 큰 수술을 거뜬히 이겨낸 심상인 환자는 수술실에서 에크모를 떼고 중환자실로 이동했으며, 수술 3일 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4일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보통 퇴원까지 약 4주가 소요되는 일반 폐이식 환자와 달리, 19일 만에 씩씩하게 두 발로 걸어 퇴원했다.
환자의 상태를 매우 양호하게 평가한 의료진들은 폐이식 분야 장기생존율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많은 환자들이 등산 같은 스포츠 활동까지도 가능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심상인 환자도 특별한 합병증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수술을 담당한 흉부외과 백효채 교수는 “awakening ECMO 기법을 적용해 인공호흡기 없이 에크모만 사용했기에 인공호흡기 사용에 따른 합병증을 줄일 수 있었고, 이식 대기중이던 환자가 의식이 깬 상태에서 호흡 및 근육재활 운동을 병행해 회복성적이 월등한 폐이식을 성공시켰다는 점에 의의가 깊다.
향후에도 이와 유사한 증증 폐이식 대기 환자에게 적용한다면 폐이식 수술 결과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는 “awakening ECMO 기법과 중환자 재활치료 병행에 따른 폐이식 성공은 앞으로 국내 ECMO 삽입 치료 기준적용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중환자 재활에 대한 보험 기준 확대와 적절한 적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폐이식 환자의 ECMO 적용 치료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지난 1996년 대한민국 최초로 폐이식 수술에 성공한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은 2015년 9월 말까지 총 142건의 폐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대한민국에서 시행되는 폐이식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술 경험과 환자 회복을 위한 치료방법을 보유하고 있으며 면밀한 장기생존자 외래 추적관찰로 생존율을 높여가고 있다. 김판용 기자